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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슐라(Ashlar)

아슐라(Ashlar)는 조금 낯선 단어지만 그 이미지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아슐라는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으로 잘 다듬은 석재를 말한다. 단순히 자른 게 아니라, 돌과 돌이 거의 틈 없이 들어맞을 정도로 정밀하게 마감된 상태를 의미한다. 옷으로 치면 단정한 수트다. 이런 돌들을 차곡차곡 쌓으면, 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질서처럼 느껴진다.

그 질서를 구성하는 게 바로 줄눈(joint)이다. 돌과 돌 사이에 생기는 이음선을 뜻하며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전체 건물의 표정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종이 위 글자가 아무리 예뻐도 줄이 삐뚤면 정신없고, 줄이 가지런하면 보기 편하듯 줄눈이 고르면 깔끔한 느낌, 삐뚤거나 넓으면 투박하고 거칠다. 아슐라는 일반적으로 이 줄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돌과 돌이 그냥 맞닿아 있는 듯한, 조용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영국 옥스퍼드셔, 밴버리 타운홀 북쪽 벽면. 삼각형 지붕에서 시작해, 벽면 전체를 따라 잘 다듬어진 아슐라 석재들이 정제된 고딕적 질서를 이룬다.

토론토 Holt Renfrew 플래그십의 외장은 coursed ashlar 조적의 대표적인 예다. 독일산 Dietfurt Limestone을 정제된 블록으로 가공하여 수평으로 배열하고, 얇은 줄눈 처리로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질서를 형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떻게 쌓느냐’다. 이걸 코싱(Coursing)이라고 부른다. 정확히 수평을 맞춰 일정한 줄로 쌓으면 정렬된 질서가 생기고, 일부러 줄을 어긋나게 쌓으면 자유로운 리듬이 생긴다. 전자는 코스드 아슐라(coursed ashlar) 후자는 랜덤 아슐라(Random Ashlar)라고 부른다.

조금 헷갈릴 수 있다. 왜 잘 다듬은 돌을 굳이 ‘어지럽게’ 쌓는 걸까?
그건 마치 수트를 입되, 단추를 몇 개 풀고 소매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 형식은 갖췄지만, 의도적으로 틀을 흐트러뜨리는 미학. 그 여유에서 오는 세련됨이 있다.

반대로, 아슐라가 아닌 건 뭘까? 울퉁불퉁하고,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돌들을 대충 골라 쌓은 것. 이런 걸 우리는 ‘잡석 조적(rubble masonry)’이라고 부른다. Cyclopean Masonry는 Rubble Masonry중에서도 특히 거대한 바위들을 사용한 방식이다.

우리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Cyclopean Cannibalism 프로젝트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24년 7월 stone story 참고). Cyclopean Cannibalism은 석재폐기물을 활용해 Cyclopean Mansonry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기존 건축물에서 해체된 석재 조각들을 사이클로피안 메이슨리 방식으로 다시 쌓아올린 작품. 건축의 원시성과 지속 가능성을 결합해, 물성에 기반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대한 바위들이 거의 가공되지 않은 채 쌓여 마치 거인이 손으로 올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이건 인간이 아닌 거인만이 만들 수 있는 벽이라는 의미로 그리스 신화의 거인족 사이클롭스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아슐라가 정제된 수트라면, 사이클로피안 메이슨리는 투박한 갑옷이다. 하나는 세련되고 깔끔하며, 하나는 야성적이고 대담하다.

방식은 다르지만, 빌 에반스와 너바나의 음악처럼, 둘 다 세상에 꼭 필요하다.

사진 출처:
• archdaily
• banburytownhall
• bricknbolt
• dimensions
• dimensions
• medium • step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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