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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자후이 도서관 (Zikawei Library)
중국 상하이의 오래된 마을에 모던한 건물이 들어섰다. 요즘 비슷한 느낌의 미니멀한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많아져서 외관 자체만으로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설계한 의도를 알고 나면 조금 달리 보인다. 이 건물의 이름은 쉬자후이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고 하기 보다 마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쪽을 택했다. 의도적으로 성당보다 낮은 높이로 지어졌으며 이는 성당을 압도하지 않기 위함이다. 도서관은 정치가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쉬자후이(徐家匯)는 ‘서광계의 집안 사람들이 사는 곳’을 뜻한다.

이 도서관의 외관은 역사적인 쉬자후이 도서관(Zikawei Biblotheca)의 요소들을 차용했는데, 대표적으로는 콜로네이드(colonnade)와 로지아(loggia)가 있다.
콜로네이드 (Colonnade)
• 의미: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선 구조물.
• 기능: 보통 지붕이나 처마, 아치 등을 떠받치는 데 사용되며, 건물의 외관이나 출입 공간에 리듬감을 준다.
•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ex. 파르테논 신전)
로지아 (Loggia)
• 의미: 외벽이 기둥으로 열려 있어 실내와 실외 사이 성격을 갖는 공간.
• 기능: 비바람을 피하면서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반개방형 발코니 같은 느낌.
• 구성요소: 일반적으로 기둥(콜로네이드)이 로지아의 외곽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콜로네이드가 로지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며, 로지아는 콜로네이드를 포함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예전의 쉬자후이 도서관과 새로운 쉬자후이 도서관을 비교해보니,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버전은 약간은 촌스러운 구석이 있는 명곡을 새로운 악기와 편곡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한 느낌을 준다.

처음 봤을 때는 모던한 건축물에 왜 안 어울리는 금색의 오래된 폰트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글씨가 없는 게 더 멋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글씨가 서광계의 손글씨를 따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설득이 되었다. 때로는 디자인보다 의미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내부로 들어가면 웅장한 돔과 귤빛 조명 아래 아트리움이 펼쳐진다. 반복되는 아치 구조, 높은 천장, 좌우로 나뉜 회랑형 통로는 고대 로마 바실리카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아트리움(Atrium)
• 의미: 고대 로마 주택의 중앙 중정, 종종 위가 뚫려 있어 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공간
• 현대 건축에서: 일반적으로 건물의 중심에 위치한, 여러 층 높이의 개방형 공간

바실리카 건물 양식 평면도

천장이 뚫려 있지는 않지만 현대 건축의 정의에 따르면 명백한 아트리움이다.
중앙에 사람들이 머무는 책상은 해상책상(Long Table on the Sea)이라고 불리며 상하이에서 가장 긴 책상으로 알려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처럼 넓은 공간에서 책 속의 지식들을 흡수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그 해상책상을 따라가다보면 꿈 속에서 마주할 듯한 비현실적인 출입문이 보인다.

광계지문(光启之门, Gate of Light Enlightment)
빛을 열다는 뜻을 가진 광계(光启)는 서광계(徐光啓)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광계지문(光启之门)은 빛을 여는 문 혹은 깨달음의 문을 뜻한다.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것으로 서양식 건축양식과 대비를 이루며,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 문화와 과학기술이 뒤섞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밖에도 쉬자후이 도서관은 백년의 건축, 백년의 음악, 백년의 영화, 백년의 장인정신 등의 주제로 책이 가득차있는 휴식공간인 ‘라이트 박스’, 문화창작 매장, 미술 기념품 공방, 어린이 공간, 전문문학공간, 야외 독서공간 등으로 가득차있다.

2층 야외 독서공간, 캔틸레버식 발판 위에 서서 주변 풍경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은 9시부터 오후 5시, 금요일부터 토요일은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렇게 멋진 공간이라면 하루쯤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도록 쉬는 날이 필요할 듯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루머가 종종 들린다. 영화관이 넷플릭스로 대체되며 힘을 잃듯이 책 또한 스트리밍으로 읽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것이다. 커피는 카페에서, 영화관은 팝콘 냄새와 함께 극장에서, 책은 조용히 종잇장을 넘기며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읽는 것이 가장 낭만적인 것 같다. 커피콩과 영화관, 그리고 종이책과 도서관은 앞으로도 멸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 및 정보 출처:
• dodamk
• aromaticos58
• wikipedia
• interiordesign
• news.qq.com
• rawvisionstudio
• academia
• indesignlive
• trip
• withheim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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