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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나(Patina)

“이 셔츠는 제가 K마트에서 산 겁니다. 이 셔츠는 제가 믿는 바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죠. 저는 이게 낡아가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찢어진 것도 좋고, 전체적으로 다 좋아요. 이대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이 셔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 제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인터뷰에 이걸 입고 온 이유는 뭔가요?’”
“멋져 보이고 싶어서요.”
세계적인 디자이너 랄프로렌의 인터뷰 중 한 순간이다. 얼마든지 값비싼 새 옷을 입고도 남을텐데, 저 오래된 셔츠를 애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이 셔츠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물론 생김새도 있겠지만 야망있던 젊은 디자이너로서의 순간과, 가족들과 즐겁게 놀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옷에 담겨있는 서사가 그에게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개성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가 원했던 것처럼 실제로 멋져보인다. 요즘은 인위적으로 헤지게 나온 옷들이 많다. 하지만 세월과 함께 자연스럽게 에이징된 랄프로렌의 셔츠는 정말로 긴 시간 애정을 가지고 함께 해야만 나올 수 있는 멋이다.


조니뎁의 가죽 자켓과 부츠에 허옇게 올라온 자국들을 파티나(Patina)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생긴 파티나는 룩에 영혼과 개성을 부여한다. 그가 입은 옷과 신발들에는 파티나가 없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그는 자연스럽게 낡은 멋을 애정하는 듯하다.
옷 뿐만 아니라 석재에 생긴 착색이나 변색도 파티나라고 부른다. 눈에 거슬리는 변색들은 모두 광을 내서 갈아버리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걸 디자이너의 의도 혹은 세월을 견딘 멋으로 보존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은 석재에 생긴 파티나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파티나란 무엇인가?
• ‘파티나(patina)’는 17세기부터 사용되어온 개념으로, 유물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긴 변화뿐 아니라 인위적 변화까지 포괄하는 용어다.
• 문제는 이 용어가 너무 다양한 맥락과 물질에 사용되어, 명확한 정의 없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 과학적·보존적 관점뿐 아니라 철학적·미학적 층위에서도 일관된 정의가 없으며, 다양한 유형의 표면 변화가 모두 ‘파티나’로 불린다.
• 어떤 이에게는 시간의 흔적이고, 어떤 이에게는 단순한 오염이나 부식이다.
• 이 때문에 파티나는 기술적 분류보다는 “관찰자의 해석”에 의존하는 개념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본 파티나: Crust와 Surface Deposit의 구분
• 석재 표면의 변화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재료 자체의 변화 → Crust (예: 산성비와 석회석 반응으로 생기는 검은 층)
- 외부 물질의 침착 → Surface Deposit (예: 공기 중 먼지, 그을음)
• 많은 경우 이 두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며, 혼합층(mixed layer)을 이룬다.
• 문제는 이 혼합층을 단순히 ‘파티나’로 뭉뚱그려 부를 경우, 보존 전략에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 특히 보존가가 제거할지 보존할지를 결정할 때, 이 물질이 ‘내재된 변화’인지 ‘표면 오염’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림 1 – S. 안드레아 델라 발레(S. Andrea della Valle, 왼쪽 위)의 세척 직후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는 분명히 표면 침착물(surface deposit)에 의한 것이다. 세척 테스트(오른쪽 위)에서는 이 침착물이 기질을 손상시키지 않고 제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각상의 하부(왼쪽 아래)에 나타난 얼룩은 탄산염 석재의 기공 구조 내부에 구리 성분이 침착되면서 생긴 것이고, 오른쪽 아래 조각상의 짙은 노란색 변색은 이전에 도포된 강도 보강제(consolidant)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둘 모두 전형적인 크러스트(crust)로 간주되며, 이들을 어떤 기계적 수단으로 제거하려 하면, 외부 석재층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림 2 – 오른쪽 위 대리석 조각상에서 보이는 오염 현상은 파티나와 혼동되어선 안 되지만, 오염이 막 시작된 시점, 즉 조각이 막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그런 구분이 어려웠기에 파티나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왼쪽의 조각상은 먼지 침착, 표면 색 변화, 심각한 부식이 모두 함께 일어난 경우로, 이 각각의 현상들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이후의 보존 작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왼쪽 아래의 대리석 표면에서 보이는 짙은 착색은 과거에 단단한 크러스트(crust)를 형성한 처리 때문인데, 이로 인해 석판의 얇은 표면층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의 거대한 조각상에 생긴 어두운 회색 파티나는 건조한 환경에서 생성된 것으로, ‘사막 파티나(desert patina)’와 유사한 기원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외부에서 쌓인 것(표면 침착물)과 재료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크러스트)를 구분하는 일은 형성 과정의 이해와 보존 방식 결정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막 파티나(Desert Patina)란, 건조한 사막 환경에서 석재 표면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얇은 착색층을 말한다. 일반적인 파티나처럼 오랜 시간 동안 자연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서서히 생기며, 사막 특유의 기후 조건—예를 들면 강한 일사, 큰 일교차, 바람에 날리는 미세먼지—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형성된다.
과학적 논쟁: 옥살레이트 파티나의 기원
• ‘옥살레이트 층(oxalate patina)’은 청동이나 석재 표면에서 종종 발견되며, 원래는 미생물 혹은 지의류의 대사 산물로 자연 생성된다고 여겨졌다.
• 그러나 최근 보존 과학계에서는 인위적 기원이 더 일반적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예:
- 유기 화합물이 포함된 보존처리제의 노화
- 작가나 후대 개입자의 재료 선택
• 이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즉, 파티나를
- 자연스럽게 생긴 ‘시간의 층위’로 보아야 할지,
- 후대 개입에 의한 ‘변형 또는 오염’으로 볼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 논쟁은 보존의 윤리성과 과학성을 모두 건드리는 민감한 이슈다.

그림 3 – 왼쪽 위 파사드에 보이는 어두운 회색 착색은 미생물 군집(bio-colonisation)에 의한 것으로, 종종 부정확하게 ‘파티나’라고 불리곤 한다. 이러한 군집을 부드러운 클리닝 기법으로 제거하면, 제거가 매우 어려운 멜라닌(melanin) 기반의 희미한 회색 착색이 남게 된다. 아래 사진들은 멜라닌 전용 용제를 사용해 수행한 일부 세척 테스트 결과를 보여준다. 이 첫 번째 세척 단계에서 '파티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데, 그 이유는 돌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그 위에 존재하던 이물질(멜라닌 성분의 침착물)만 제거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표면 위에 쌓인 침착물과 생물 군집 아래에 자리한 이질적인 층의 존재를 증명하며, '파티나'를 다룰 때 그 정체성과 층위를 정확히 구별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림 4 – 검은 막(black film)은 규산염 계열 석재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는 밝은 표면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점진적인 색 변화가 나타나며, 이 중 일부는 파티나(patina)로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심하게 어두워진 영역까지 ‘파티나’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나 액체의 혼합체)의 침착이 계속되면, 석재의 원래 색상은 점차 어두운 색으로 변한다. 이는 금속, 탄소, 고무, 아스팔트 등 다양한 성분을 가진 먼지와 입자들이 지속적으로 침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충분히 진행되면, 외부층이 변형되고 그 위에 어두운 침착물이 덮이게 되며, 이런 상태를 ‘검은 크러스트(black crust)’라고 부른다. 검은 막(black film)’은 주로 표면 침착에 의한 얇은 오염층이고, ‘검은 크러스트(black crust)’는 석재와 화학적으로 반응해 형성된 단단한 외피층으로, 제거 시 석재 손상의 위험이 더 크다.
보존 실무에서의 판단 기준
• 파티나는 제거해야 할 “손상”일 수도 있고, 보존해야 할 “유산”일 수도 있다.
•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은 맥락적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
1. 유물의 연대나 진정성을 드러내는 시각적 단서일 경우
2. 작가의 의도된 표현이거나 제작 당시부터 존재한 마감일 경우
3.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환경 조건을 증언하는 흔적일 경우
4. 후대 개입의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을 경우
• 반대로, 다음과 같은 경우는 제거 고려 대상이다:
1. 유물의 구조나 내구성을 해치는 부식층
2. 원형을 왜곡시키는 시각적 오염물

자유의 여신상도 원래는 푸른색이 아니었다. 처음 프랑스에서 제작됐을 때, 그 표면은 반짝이는 구리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산화작용이 일어나 녹청색의 파티나가 형성됐고, 지금은 그 색이 오히려 자유의 여신상의 정체성처럼 여겨지고 있다. 누군가는 ‘원래대로 복원해야 하지 않나, 하고 묻겠지만, 그 푸른빛은 130년이 넘는 세월간 뉴욕의 바람과 비, 그리고 수많은 사건들을 함께 견뎌낸 기억의 증거이기도 하다.

파티나는 그 자체로 어떤 ‘물질’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층위적 개념이다. 보존가는 단순히 '있다/없다'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표면 변화가 갖는 문화적, 미학적, 과학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파티나는 단지 낡음이 아니라, 시간이 남긴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울지, 지킬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출처
사진:
• Parade. Fashion Designer Ralph Lauren Buys His Clothes at K-Mart.
• Put This On. The Joy of Old Clothes.
• Reddit. The Original Color of the Statue of Liberty.
• Ssense. R13 Blue and Yellow Shredded Seam Drop Neck Shirt.
• NBC News. Statue of Liberty’s Original Color and Restoration.
논문:
• Brandi, C. (1977). Teoria del restauro. Piccola Biblioteca Einaudi, Torino.
• Bonsanti, G. (2004). Il punto di vista dello storico dell’arte, in Le patine: Genesi, significato, conservazione, Firenze: Nardini Editore.
• Del Monte, M., Sabbioni, C., Zappia, G. (1987). The origin of calcium oxalates on historical stone monuments. International Biodeterioration, 23(1), 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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