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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초등학교 교실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이스터섬 같은 데는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석상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서울에도 조각상은 많다고. 맞는 말이었다. 서울에도 돌은 많다. 다만 모아이 석상은 없다. 그런 돌은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오래 보고 있으면 세상이 잠깐 멈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태지의 'Moai'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다. 바다 앞 모래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의 나는 노래의 레이어들을 분리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다만 느낌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그 노래는 나를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때의 나는 모아이는 외계인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건 내게 중요한 일이었다.
이마가 납작하고, 눈매가 깊고, 바닥에서 툭 튀어나온 바위처럼 서 있는 모아이 조각상들이 어딘가 나랑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표정하고, 말이 없고, 무언가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모아이의 제작 방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석재를 깎고, 밧줄로 세우고, 수십 명이 힘을 모아 이동시키는 영상. 환상은 서서히 현실로 대체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안의 무언가는 사라졌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정말로 외계인이 만든 게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믿었던 마음 자체가 소중한 건 아닐까. 모아이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든 그걸 본 사람들이 품은 이야기는 각자 다르니까.
돌은 그냥 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돌은 누군가의 우주 전체가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아이 석상을 굳이 보러 가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혹은 가더라도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는 것. 그렇다면, 나는 아직 어른이 다 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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