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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크리슈나 도시 (Balkrishna Doshi)

건축계에는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큼 무게감이 큰 상이 있다. 매년 봄이 되면 사람들이 넥타이를 조금 더 단정하게 매고, 건축에 대해 더 아는 척을 하게 만드는 바로 그 상. 프리츠커상이다.
인도의 건축가 발크리슈나 도시는 2018년에 이 상을 받았다. 인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였다.
도시는 1927년생으로 95세가 되는 해인 2023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쯤 되면 보통은 정원에 물 주거나 손주에게 잔소리를 할 나이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생의 대부분을 건축에 바쳤다는 점은 여전히 놀랍다.
도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는 1989년에 만들어진 ‘아라냐 공동주택 단지’다. 인도의 인구 문제와 빈곤 문제에 대해, 그가 건축가로서 내놓은 대답 같은 프로젝트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약 8만 명이 함께 모여 살도록 설계된 주거 단지. 숫자만 보면 약간 머리가 어질어질하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일상의 배경이다.

이곳의 특징은 간단하다. 원룸에 사는 사람도 작은 마당을 가진다. 아주 넓지는 않다. 그래도 햇볕이 좀 들어오고, 빨래를 널거나 의자를 하나 놓을 수 있다.

단지 안에는 소박하게 이어진 공용 통행로가 있다. 걷다 보면 이웃을 마주치게 되고, 서로 얼굴을 보게 되고, 가끔은 말도 섞게 된다. 도시의 의도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저 사람도 여기 사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작은 마당, 구불구불한 통로, 이웃의 발자국 소리. 아마 그는 건물을 짓는 동시에,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스치며 살지까지 함께 설계하고 있었을 것이다.

도시가 평생 잊지 않으려 했던 건축가로서의 사명은 단순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집을 지어주는 것. 특별히 멋진 문장도 아니고, 인용문으로 적어두기엔 조금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다.
삶을 거창하게 바꾸겠다는 약속 대신, “이 정도면 살 만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집을 만드는 일.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사진 출처:
• architectmagazine
• britannica
• cca
• metropolis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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